이토록 잔인했던 드라마가 어디 또 있을까?
이건 좀비가 나오는 공포물도 아니고 피가 낭자한 고어물도 아니다.
그냥 귀신이 나오는, 그것도 김태희라는 어여쁜 귀신이 나오는 드라마일 뿐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나에게는 왜 이리도 잔인하게 느껴지는걸까.
임신중에 자동차 사고로 죽게된 김태희는 죽은 뒤에도 귀신이 되어 이승에 머무르며 자신이 죽기전 출산한 딸, 서우옆을 맴돈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지나고 어느순간 신을 모욕 (?) 한죄로 49일동안의 환생을 하게된다.
환생한 기간동안 자신의 자리를 찾는다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신의 목소리를 듣고 난감해하는 김태희 (극중에서는 차유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 김태희는 이미 재혼하여 잘 살고 있는 남편 이규형과 자신을 대신해서 딸 서우를 잘 키워주고 있는 새엄마 고보결의 앞에서 그 어떤 결정도 하지 못한다.
물론 다시 자기 자리를 찾고 자기의 아이에게 엄마 소리를 듣고 살고 싶겠지만 그러질 못한다.
그저 자기가 없었던 5년간 자기의 딸을 사랑으로 보살펴준 고보결에게 미안한 마음 뿐.
이 드라마는 이런 스토리때문에 더 잔인하다.
모성애를 극대화 시켜서 시청자들에게 감정을 팍팍 불어넣은 뒤에, 그 모성애를 표현조차 못하게 만들어 버려서 내 눈물샘을 마구 자극한다.
나이 40살의 중년남자 문턱에 있는 나로서는 여성호르몬이 과다분비되며 김태희 눈물연기씬이 나올때마다 같이 눈물을 흘리고 만다.
그것도 무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말이다.
40대 중년남에게 이만큼 잔인한 드라마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20대의 나와 30대의 나는 지금의 모습과 달랐다.
뭐든지 할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과 자만심이 가득찬 젊은이었고,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더 많다는 기대감에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서 헤매는 한마리의 똥개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온순한 시츄같다.
내가 만들어둔 것들이 무너지지 않고 내가 끝까지 지켜갈 수 있기를 매일매일 바라며 출근길과 퇴근길을 반복하는 그런 삶.
그리고 그 중간중간 여성호르몬을 극대화 시키며 보게되는 드라마는 나를 웃겼다가 울렸다가하는 아주 무서운 핵무기가 되어 있었다.
어릴적 밤 10시면 드라마를 꼭 챙겨보며 웃고 우시던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 이제는 알거 같다.
이건,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거였다.
하이바이마마는 너무 위험하다.
김태희가 원래 이토록 연기파가 아니었기에 첫회를 보면서도 뭐 있겠어? 라는 생각으로 시청했는데
김태희,, 많이 발전했다.
그리고 이규형, 원래 연기 잘했던 배우지만 이번 드라마에서 완전 업그레이드 되어 레전드 연기 선보인다.
고맙다 이규형. 덕분에 나도 많이 울었다.
예전에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장나라가 과거로 돌아간 뒤에 미래에 남겨두고 온 아들을 그리워하며 오열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가지만 해도 내가 남성호르몬이 조금은 있었나보다.
그저 슬프네? 하고 봤던 장면인데, 지금 다시 보라고 하면 휴지가 필요하다. 아니 ,, 수건이 필요할지도.
나이가 들면서 드라마 보는 취향도 달라지고 영화 보는 취향도 달라졌다.
사람은 이렇게 계속 변한다.
내가 환갑이 되었을때 나는 과연 어떤 호르몬으로 어떤 영화를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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